가을이 고요히 찾아오나 봅니다.
나지막하게 불어오는 흙냄새
다음날이 올 수록
라디오의 소음처럼 짙어지겠지요.
마냥 흙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바랜 나뭇잎을 밟고
사사로운 것들을 잊어가며
아름다운 눈꽃을 맞이하겠지만.
자그마한 흙냄새는 아직
차가와지는 바람을 타고
카세트 라디오의 소음처럼 짙어져 가는 중이라,
타들어 가는 사색과
파아란 하늘 아래
하염 없이 숨을 들이쉬어 봅니다.
담임선생님이 내 글이나 그림에는 그저 멍 하게 보게 만드는 그런 것이 있다고 해주셨다(.//.
본인의 세계가 있는 것 같다고. 이런 평까지 받을 일이 생기다니 기쁘다
가느다란 사랑의 실을 꼬아
나를 위한 행복을 자아냈어요
다다른 끝에는 무엇이 보이나요
라일락 꽃들이 한 다발, 한 천 평은 펼쳐져 있나요,
마음은 슬프지 않다며 행복을 자아내지만
바람이 휑 하니 부는 구멍은 많이 시리네요.
사리고 사리던 몸은 이제 부질 없이
아직도 나를 메우기엔 행복은 부족하여
자아내어줘, 더 많이 자아내어
차가운 손으로 가느다랗고 딱딱한 사랑의 실을 꼬아
카네이션을 받을 즈음까지 살라구요
타버려서 새하얗게 되지 말라구요
파란 손으로 죽을 때까지
하늘하늘한 행복을 채울 거예요